90년대 중반.
어린 아이였던 나,너, 그리고 모두에게 최고의 음식은 치킨이었다.
그때 9900원 하던 치킨은 그때도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2500원이었던 짜장면이 4그릇이니까.
치킨...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을정도로 좋았다.
참 어렸을때고 정확히 몇살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만 아마 7~8세 수준으로 어린나이였던것 같다.
아마 가족끼리 치킨을 먹을 때 였을거다.
동네에 하나 있던 치킨집, 페리카나 치킨이 배달이 온다.
집에 치킨이 배달옴과 동시에 풍겨오는 그 고소한 향기... 음~ 스멜ㄹ...
고무줄로 고정되어있던 치킨상자를 개봉함과 동시에
어린 형과 나는 개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가장인 아버지에게 다리가 하나, 장남인 형에게 하나.
나에게 있어 날개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어떤걸 집던 그것은 '치킨'이다, 날개니 가슴살이니 중요치 않았다.
아무거나, 살이 많아보이는 것을 집어서 먹는다.
내가 먹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어머니는
"맛있니?" 하고 묻는다.
나는 'Absolutely!' 라는 단어는 몰랐으니까 당연히 "응! 맛있어!" 라고 답했다.
내 입에 부드러운 살이 들어오는지, 뻑뻑한 살이 들어오는지 모르고 먹는다.
나는 댕청한 7살이니까. 그냥 와구와구 먹는다.
그렇게 맛있게 치킨을 먹고 있는데,
내가 살 많은 부분을 집으려 했는지 몰라도 뻑뻑살만 집어먹었나 보다.
그걸 지켜보던 어머니는 머릿속에서 결론을 내리신듯 하다.
'아, 얘가 뻑뻑살을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아버지에게 얘기한다.
"ㅇㅇ이가 뻑뻑살을 좋아하네!"
아닌데...
아버지도 한참 드시다가 나를 보고는
"야. 그게 맛있니?(뻑뻑살이)"
"응 맛있어!(치킨이)"
.
.
.
그때부터였던것같다.
이따금 집에 손님이오면, 안주거리로 치킨을 시키고는 하였는데
"ㅇㅇ이는 뻑뻑살을 좋아해"라며 손님에게 말하고,
"야. 너 좋아하는 뻑뻑살이다" 하면서 뻑뻑살을 골라주곤 하였다.
나는 가슴살이니 부드러운살이니 그딴거 모르고 그저...
손님이와서 치킨을 먹는구나 하고 신나서 받아 먹었다.
그것이 어떤 살인줄 모르고 먹었다.
그 후로도 쭈욱
부모님은 나에게 뻑뻑살 챙겨주기에 바빴고
나는 받아먹었다.
집에서 백숙을 먹어도
어머니는 나에게 뻑뻑살을 집중적으로 챙겨 주셨다.
그냥... 닭고기라면 좋았나보다. 군소리없이 받아먹은것을 보면.
그때까지 나는, 닭이 한가지 식감에 한가지 맛인줄로만 알았을 거다.
그래도 뭐, 치킨은 항상 맛있었다.
이따금 집는 허벅지살이 부드러운 살인줄도 모르고 먹었을거다.
아, 그리고 좀 더 자란 어느날 먹고 남은 식은 치킨을 먹고 있을 때.
그때 티비에서 고단백 저칼로리 "닭 가슴살"이 다이어트와 헬스에 좋다고 항상 떠들어대던 때였다.
남은 치킨에는 항상 있는 뻑뻑살 덩어리들을 먹다가...
나는 유난히 살이없는 등살 부분이 닭가슴살인것으로 착각을 하였다.
그 조금 붙어있는 부드러운 살을 먹고는 감탄하여 형에게 말했다.
"와 역시 닭가슴살이 진짜 맛있다.","딴건 맛없는데 닭가슴살은 진짜 맛있네"
라고 말했다. 이것은, '나는 뻑뻑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내 기억의 증명이다.
그렇지만 내가 잘못이해한 말을 듣고 형도 내가 뻑뻑살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게 되었을거다.
.
.
.
성인이 된 지금도, 이따금 백숙을 먹을 때, 내 접시에 닭가슴살이 올라온다.
어머니, 나도 다릿살 먹을 줄 알아요...
이따금 친구와 치킨을 먹게 되면,
나는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1다리,1날개,1허벅살을 우선적으로 집어먹고는, 나머지를 먹는다.
상대의 1다리,1날개,1허벅살은 건드리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부드러운살과 뻑뻑한 살은 누구나 균등하게 먹어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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