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SSUL2017. 3. 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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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9년도 후반 ~ 2000년도 초반

피시방 붐이 불면서 피시방 1시간 할려면 줄서서 기다려야 할만큼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레인보우식스 이런게임이 유행할때임..

 

그당시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PC방에서 아저씨들이 하는 리니지라는 게임을 처음해보고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이 있을수 있구나 신세계를 느끼게됨...

(4명이서 동시에 즐길수 있는 던전드래곤2 같은 게임에도 놀라던 시절이엇는데 수백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내 캐릭터가 사라지지도않고 엔딩도 없는 정말 꿈만같은 게임이었다.)

 

정말 리니지라는 게임을 접하고 너무너무 하고싶어서 꿈에도 생각나서 하루종일 그 생각 밖에 안들었다.

 

우리집은 흙수저라서 컴퓨터는 당연히 없었고 그당시 막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이라서 리니지는 꿈에서나 할수 있는 게임이었음.. 

 

 결국 집에 있는저금통 몰래 털어서 pc방 다니다가 아버지한테 걸려서 진짜 3일동안 개쳐럼 쳐맞기도하고 그랬음...

 

어느날 아버지, 어머니가 베충아  일로와봐라 하더니 니 컴퓨터 하고싶나? 물어보시더라..

 

내가 진짜진짜 하고싶다 사주면 공부도 열심히 할게 요즘 컴퓨터 배워놔야 한다 카드라 하고 말씀드리니까

 

그러면 컴퓨터사주면 공부 열심히 한다 약속해라 그카면 생각해보께 그러시더라...

 

그리고 어느날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왔는데 집에 거실에 커다란 박스가 있더라... 신나서 뛰어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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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당시 586 현주컴퓨터랑 컴퓨터 책상, 프린트까지 세트로 사놓으셨더라...

 

아버지는  니 컴퓨터 사줬으니 공부 열심히 하기대이 아빠랑 약속했다~  라고 하셨고

 

나는 진짜 너무너무 행복하더라.. 그때와 같은 행복은 지금 절대 느낄수 없을만큼 행복했음..

 

이왕 컴퓨터 사는김에 인터넷도 깔아주셨는데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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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충들은 100% 모르는 두루넷이다...

 

스타크래프트 맵 하나 다운받을려면 1.5kb 속도로 10분식 기다려야 다운받았던 자료를 300kb 로 다운받을수 있는 그당시 엄청난 속도의 인터넷이었음..

 

그렇게 나는 리니지를 할 수 있게되었고 그당시에 신규계정을 생성하면 3일간 무료로 할수 있었는데 3일키우고 접고 3일키우고 접고 계속 반복만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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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점에서 이런 리니지 가이드북을 보게되고 15일 무료이용권을 받아서 신나게 겜을 시작했다...

 

그당시 아버지가 200평 정도되는 건설자재 도매상 하시다가 친구한테 사기당하고 회사는 부도 맞고 집에 몇달간 계셨을때임...

 

어디 나갔다가 오시면 담배한테 피우시고 항상 내 방에 와서 내가 리니지 하는 모습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지켜보시더라..

 

이거는 뭐꼬... 베충이 요즘 공부잘되나???  사소한 이야기 부터 시작해서 겜하는거 그냥 보는게 다였다..

 

옛날 같았으면 게임 못하게 했을텐데.. 내가 리니지 할때면 아버지가 옆에 딱붙어서 같이 웃고 즐기고 게임할수 있었기에

 

나도 일부러 아버지 얼굴, 분위기 살피면서 몇시간이고 리니지 했던걸로 기억난다....

 

그렇게 15일 무료이용기간이 끝나고 차마 아버지한테 그당시 한달 계정비 29000원 해달라고는 말못하겠고 다른게임 하고 있으니까

 

아버지가 오늘은 왜 그거 안하노? 그러시더라...   아 이거 돈내고 해야되는 게임이라 기간 끝나서 이제 몬한다 그러니까

 

아빠가 등록해줄게 우째하면 되는기고? 해서 그당시 아버지 자가용 타고 은행에 가서 3달계정 이용료 7만원인가 한번에 신청했던것 기억난다..

 

그렇게 겜 하다가 내 캐릭도 꽤나강해졌고 혈맹에 가입해서 혈전도하고 싸움도 하고 하니까 아버지가 본격적으로 리니지에 빠지시더라...

 

40대 나이에 컴맹이라 그런지 컨트롤은 후진데 하루 15시간 이상씩 사냥만해도 하나도 안지겨워 하고 노가다는 진짜 엄청나게 잘하시더라...

 

컨트롤이 얼마나 후지냐면..  기사의 면갑을 벗고 힘투끼고 칼업하고 힘투벗고 기사의 면갑 끼면되는데  기사의면갑 벗고 그대로 드래그 해서 바닥에 떨어뜨려서

 

+7기사의 면갑. 그당시 현찰로 30만원 정도 하던 방어구 그냥 땅에 버린적도 있음.

 

 

단지 싸움할때는  베충아 일로와봐라 니가 점마좀 죽이도.. 아빠는 손이 느려서 안되겠다..

 

그러면 나는 현란한 컨트롤로 싸움하고... 내가 학교, 학원가면 아버지는 사냥하고

 

저녁에 돌아오면 내가 싸움하고...  몇달간 이 패턴을 반복한것같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  불과 겜 시작한지 몇달만에 그당시 리니지 48렙에 9검까지 보유한 거의 서버 지존급 캐릭터로 거듭났다...

 

그당시 어느정도 수준이었냐면 전교에서는 단연 원탑이었고  어느 피시방을 가도 나보다 쌘 캐릭을 찾기 힘들만큼 쌨다...

 

피시방에 있으면 괜히 모르는 애들이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내가 하는거 구경하는데 그 쾌감이 또 장난이 아님...

 

그렇게진짜 아버지는 한 2년간 리니지만 하셨다...

 

내 아이디가 "zx최강의기사xz" 이런 엄청 유치한 아이디 였는데

 

서버에서 3위로 50레벨 달성한 초 네임드 캐릭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일어나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아버지가 베충아 잠깐 와봐라...  이러시더라..

 

아빠가 어제 술먹고 들어와서 리니지 하다가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칼이 없드라.....

 

순간 하늘이 노래 지더라....  바로  접속해보니까  아이디가 카오로 되어있고  마을에 칼없고 주먹쥐고 서 잇더라...

(리니지는 다른캐릭터 죽이면 "카오" 라는게 되는데 이때 죽으면 아이템 떨어뜨릴 확률이 엄청 상승함)

 

다른아이템도 살펴보니까  그당시 투명망토라고 현찰로 100만원 가까이 하는 아이템도 사라져있더라..

 

내가 가지고 있던 무기가 현금 100만원 정도에 방어구 떨어뜨린것 까지 포함하면 현찰 300정도가 그냥 하룻밤에 증발한거...

 

알고 보니까 아버지가 술먹고 사냥하다가 욕하는놈 죽이고 카오되셨는데 마을로 귀환타서 경비병한테 맞아서 죽은것 같더라.... 카오유도한 전문 낚시팀에 당하신거...

 

나도 아버지한테 그러면 안되는데 진짜 큰소리로 언성높이고 싸우다가 너무 화가나서 아빠가 현실에서는 내 부모지만 게임내에서는 내가 선배다!

 

이딴 개소리도 했던걸로 기억난다....  아버지도 충격받으시고 미안하셨는지 나한테 뭐라하시지는 않더라...

 

다만...   드시던 아침밥 밥상 갑자기 엎으시더만 후라이팬 으로 컴퓨터 ㅁㅈㅎ 시켜서 컴퓨터랑 컴퓨터 책상이랑 두루넷 인터넷 기계까지 박살남...

 

 

 

그리고... 리니지 깔끔하게 접음...

 

 

끝.

 

몇년뒤에 계정 접속해보니까 그때 안팔고 남은 방어구랑 돈 정리하니까 한 70만원 나오더라... 그거 어머니한테 드리니까 좋아하시더라..


Posted by 카쿠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