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올해로 38살 결혼한지 10년차에 9살 딸아이를 두고 있다
도박으로 5년 넘게 폐인 생활을 하고 이제 정신 차리려는 찰라.. 지금까지 잘못했던 일들이 전부 벌로 한꺼번에 왔다.
원룸월세에 살고 있는데 방세가 밀려있어서 단전 및 폐쇄상태.. 은행압류로 인해 5일동안 월세 해결하기 위해 모아논 돈 약 40만원 차압당했다..
절망과 자괘감들었다 한강으로 갔다
죽을려고.. 실패한 인생 더 살아서 뭐하나 싶었다..
한남대교 도착해서 다리 중간쯤 가서 신발을 벗었고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시신을 찾았을때 혹시 누군지 알아낼수 있도록 지갑을 꺼내서 안주머니 지퍼로 잠글려고 했다..
순간 딸아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보며 울었다.. 정말 펑펑 울었다..
다시 신발을 신고 왔던길로 돌아갔다...
차 있는곳으로가서 뒷자석에 앉아 생각했디..
시동이 안걸리는 차안은 너무 추웠다..
어제 아침에 길거리에서 받은 핫팩을 꺼내 흔들고 주머니와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현금 310원이 전부였다...
현재 직업인 대리운전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수수료가 20%인데 후불로 빠져나가는게 아니라 선불로 빠져나간다. 다시말해 2만원짜리 콜을 잡기 위해선 가상계좌에 4천원이 있어야 잡을수 있고 잡자마자 가상계좌에 돈이 빠져나간다...
춥다..어떻게 살아야 될지 답이 없다...
모르겠다...310원으로 멀 어떻게 시작해야될까...
추운 날씨 가방에 자그만한 담요와 귀마게를 끼고 누웠다... 아침이 안왔으면 좋겠다...
따뜻한 핫팩 하나에 의지한체 쭈그리고 잠를 청했다... 아침이 안오길 기도하며...
다음날
눈을 떴다.. 아직 어둡다..
핸드폰으로 시계를 확인하니 이제 30분 지났다..
너무 춥다.. 특히 발이 얼어붙을거 같았다..
핫팩을 양발에 끼고 최대한 쪼그리면서 다시 잠을 청했다..
너무 추워 몇번.. 아니 몇 십번은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무슨짓을 해도 추웠다..
군대에 있을때 혹한기 훈련때 밖에서 천막치고 잘때보다 더 추웠다..
아니 내 인생에서 이렇게 춥게 잠자는것이 처음이다.. 눈물이 났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내 스스로 이런 인생을 만들었지만 지금 이순간은 그냥 다 싫다..
자다깨다를 계속 반복하면서 아침이 밝아오는것이 느껴졌다..
너무 추워 누워있질 못하겠다..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생각하는 것 밖에 없으니까..
어떻게 할지.. 어떻게 살지.. 어떻게 해야 지금 이순간 이 추위를 벗어날 수 있을지..
내가 가진 전재산 310원.. 이걸 어떻게 쓰면 내 인생이 달라질수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두시간동안 웅크리면서 생각했다..몸이 쑤시면 잠시 밖에 나가 담배하나 피면서 몸을 움직였다..
그러고 다시 들어와 앉아 생각하고 생각했다.. 골목길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
지켜봤다.. 사람들이 지나가는걸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몇십분이 지났다.. 그리고 결심했다.. 날 위해 살지 말자.. 내 아내.. 내 딸을 위해 살자..
나는 어떻게 살든 괜찮다.. 내 가족을 위해 살자..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모든것이 간단하고 명료해졌다..
가방을 정리하고 차 밖으로 나가 머리 정돈하고 옷을 바르게 고쳐 입었다.
그리고 골목길로 걸어갔다.
앞에 중년 부부가 걸어가고 있었다.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지갑을 잃어버려서 차비가 없습니다. 혹시 불쾌하지 않으시다면 천원짜리 한장만 부탁드리고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몇시간 후에 연락드려 갚겠습니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이든 구걸이든 다 할 수 있다.
중년부부는 나를 위아래로 훌터봤다. 그러곤 지갑에서 천원짜리 한장을 건내줬다..
감사하다고 몇번을 고개 숙였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출근하는 사람들한테 미안하지만 지금 내가 남을 위할 처지가 아니다.
이렇게 남녀 포함해서 20명정도 부탁을 드렸고 2천원을 더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내 전재산 총 3천 310원..이게 시작이다..
대리 가상계좌에 입금하기 위해 국민은행으로 갔다. 그리고 가상계좌에 3천원을 입금했다..
가상계좌에 입금시 4만원 이하는 건당 300원씩 수수료가 나간다.. 3천원을 입금하면 2천7백원이 충전되는것이다..
핸드폰에 어플을 실행하고 가상계좌에 금액을 확인했다. 정말 다행히 300원이 남아 있었다.
충전을 했다. 딱 3천원이 되었다. 그럼 1만 5천원짜리 콜을 잡을 수 있다.
입금을 하고 차로 다시 돌아가서 대리 어플을 키고 대기 하고 있었다.
간간히 2만원..2만5천원..3만원짜리 콜들이 나왔다.. 내가 원하는건 1만 5천원이다.. 어디든 갈테니 떠라..
드디어 떴다.. 강남역에서 대치동 1만5천원. 빠르게 콜 캐취를 했다. 통화 후 위치 확인 한다음 걸어갔다.
몸이 아직 추위때문에 쑤시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지만 참아내고 걸어갔다.
도착하니 업소였다. 잠시 대기 후 손 태운후 운전시작했다.
도착지는 선릉역 가기전 르네상스사거리였다.. 대략 15분 운행을 하고 도착해서 주차까지 했다.
손이 2만원을 건내줬다. 미안하다고 거스름돈이 없다고 하자 됐다고 한다..
눈물 날뻔했다.. 그순간 그 손 세상 어느 누구보다 천사처럼 보였다.. 감사합니다! 를 외친후 나왔다.
3천원이 2만원이 되었다. 바로 은행으로 갔다.
1만원을 더 충전했다. 그럼 9천7백원이 충전되었다.
잠시 고민했다.. 있던자리로 다시 갈까....
선릉역에서 플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근처에 탁송 1만2천원짜리 콜이 떴다.. 착지는 삼전동..
콜 잡고 차 있는곳으로 가서 그 빌딩 2층에 사무실로 갔다
탁송기사라고 말하니 차키를 건내준다.. 마세라티..외제차..쩝.. 정수기가 있길래 물좀 마시고 가겠다고 했더니
커피한잔 마시고 가란다.. 춥다고.. 오.. 쌩유.. 안그래도 뜨뜻한게 땡겼는데..
믹스커피 한잔 탄후 의자에 앉아 홀짝거렸다.. 졸라 맛있다.. 다 마시고 주차장에서 차 빼온 후 출발..
삼전동 주택가로 갔다.. 도착해서 전화하니 주차하고 차키는 그냥 차안에 넣고 문자로 계좌번호 알려달라고 한다..
압류당한 계좌..젠장.....어쩌지.. 일단 알겠다고 한뒤 와이프한테 전화를 했다.. 예전에 딸이름으로 계좌 만들었던게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계좌번호 확인하고 문자 보내고 신한은행으로 갔다..
그리고 인터넷뱅킹 신청을 했다..(주민센터에서 서류발급받은건 생략..) 그다음 핸드폰에 어플 설치하고
가지고 있는 돈 전부 은행에 넣었다.. 그래봤자 8천원.. 서류 발급때문에 2천원 쓴게 너무 아까웠다..
플확인하니 근처에 1만 5천짜리 잠실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탁송이 있다.. 당연히 잡았다..
차 있는곳에서 확인하니 신차다..
탁송의 경우 중고차매매에서 나오는 탁송이 70%..나머지는 폐차장, 쏘카나 그린카, 그리고 신차..
신차같은경우 민감하다.. 차안에 아무것도 건들면 안된다.. 창문도 열면 안된다.. 정말 조심히 가야된다..
어쨌든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하니 계좌로 보내준다고 했다. 계좌번호 알려주고 종료..
바로 지하철 탔다.. 그리고 강남역에 도착..
통장확인하니 방금 콜한 만오천원은 들어와있는데 그전에 수행한게 안들어왔다.. 손과 통화.. 보내준다고 한다.
총 재산 2만 3천 3백10원.. 3백원으로 자판기 커피하나 뽑고 10원은 가방에 그냥 넣었다..
그리고 통장에 있는 돈중 1만 3천원을 다른 대리 가상계좌에 충전했다..
아..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될게.. 대리운전을 하기 위해선 운전자보험에 가입을 해야된다.
그리고 보험비를 내야된다. 일비로 하루에 한번씩 빠져 나가는 대리회사도 있고 한달에 한번 총금액이 빠져나가는 회사도 있다..
그리고 탁송 보험비는 별도다. 나같은 경우 보험비는 매일 3천9백원, 탁송보험비 1천5백원.. 총 5천 4백원이 매일 빠져나간다.
가상계좌에 돈이 없으면 마이너스로 빠져나간다.. 지금 마이너스 4천8백원..
1만3천원을 입금했다... 강남역에서 그냥 대기하고 있다.. 앞에 식당이 있는데 사람들 정말 맛있게 먹는게 보인다..
배가 고프다.. 하지만 난 여유가 없다.. 참았다..
1시간 가량 대기하는데 강남역에서 청량리까지 2만 뜬다..
잡고 손과 통화후 이동.. 차가 스파크인데 차에다 500을 투자했단다.. 배기소리가 부아앙 한다.. 원래는 서킷갈려고 개조했는데 라이센스가 안나와서 못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던지 말던지.. 착지는 청량리가 아닌 서울시립대.. 도착후 돈받고 운행 종료..
이후 나는 총 11개의 콜을 탔다..
일이 어느정도 마무리 된 시간은 새벽 3시..
내 손에 있는 돈은 총21만 1천원..
가진돈 전부를 바로 은행에 가서 월세 20만원 입금하고 1만 1천원을 가상계좌에 충전했다..
아침에 310원이 전부였지만 하루가 지난 나는 월세 20만원을 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일을 할 수 있다..
스스로 칭찬했다..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열심히 하루 보냈다고..
차안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빈털털이지만 마음은 괜찮았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어서 배가 고프다..
담배도 아껴피는 덕분에 3개가 남아 있었다..
담배하나 입에 물고 필터 끝까지 피우고 난뒤 차안에서 플을 켜놓은 상태로 있었다.. 콜이 울리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