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내가 국민학교 4~6학년 시절 지금은 초등학교지
아버지의 취미가 수석(돌맹이 모으기)와 사냥(총포사 모임)이였는데
우리집엔 당시 포인터라는 댕댕이 두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이렇게 생긴 녀석이다. 비글의 확장판이라고 할까?
우리집은 이 포인터를 사냥용 보다는 애완용으로 기른 것 같다. 수컷이름이 헤리고 암컷이름이 셀리였는데
당시 '헤리와 셀리가 만났을때' 라는 영화에서 따왔다.
둘은 죽고는 못사는 커플이였는데 이상하게 셀리가 임신이 안됬다 (일게이 댕댕이 ㅜㅜ)
당시에는 총기를 경찰서에 맡기고 찾고가 아니고 세금내고 신고만 하면 사용할 수 있었떤 시절이였기 때문에 사냥을 취미로하는 사람도 많고 총포사가
상당히 많았다. 아버지는 한달에 한두번 헤리와 셀리를 데리고 총포사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냥모임을 다녀오셨는데 전문 사냥꾼은 아니고 그냥 흉내만 내는
정도였다.
어느날 아버지와 나 헤리와 셀리가 사냥을 나갔다가 구형코란도에 멧돼지를 싣고오는것을 같은동네사는 투견하는 아재가 구경한 일이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잡았냐?' '개가 잡은거냐?'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이런 비실비실한 포인터 두마리로 멧돼지를 잡는다고?'
'우리집개는 투견인데 멧돼지 별거 아니네?' 이런식으로 비아냥거렸던 것 같다. 언제한번 놀러오라며
아버지는 투견이랑 사냥개랑 다르다고 사냥은 얘들이 더 잘한다고 댕댕이 부심을 부리다가 어디한번 보자며 그 아재네 집으로 갔는데
거짓말 안하고 이런색히가 마당에 묶여있었다. 당시 초딩인 내 덩치보다 컸고 자리에서 빙글빙글 두바퀴 돌았을 뿐인데 오금이 지릴정도로 무섭게
생긴 댕댕이였다. 헤리랑 셀리도 자기들이 진다는걸 본능적으로 인지했는지 발발 기더라 자존심이 좀 많이 상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재가 의기양양 해져서 우리 댕댕이 챔피언 출신이다. 현역은 아니고 이녀석 덕좀 봤다고 하면서 막 우승한 사진들 보여주더라
목줄 풀고 쓰담 쓰담 하는데 듣던거랑은 달리 뭐 정신도 온전하고 사람말도 잘들었다. 공격적이지도 않았고, 헤리랑 셀리가 일게이 인것을 인지했는지 물지
도 않고 잘 놀더라.
그날이후 챔피언 도사와 투견아재는 우리파티에 합류해서 사냥을 다녔다. 하도 투견아재가 같이 가보자 가보자 해서 아버지가 데리고 다녔다.
포인터는 사냥에 최적화된 댕댕이라 사냥감마다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을 알고있었는데 예를 들면 꿩같은건 소리내지않고 엉덩이만 들어서 꼬리를 세워 방향만
알려준다, 너구리는 다리가짧아 도망가지 못하니 물지않고 툭툭 가지고 놀다 산채로 물어오거나 풀어준다, 오소리는 발톱이 억세서 함부로 덤비지 않고 짖어서
위협만하고, 멧돼지는 추격해서 체력을 빼 놓은다음 퇴로를 차한하는 방법 등 많은것을 본능적으로 할 줄 알았다.
그런데...이 챔피언출신 도사가 문제다. 이놈은 그냥 물불 안가리고 움직이는 동물은 죄다 물어서 도리도리치는데 새건 너구리건 오소리건 전부 발기발기 반토
막을 내놓아서 문제였다.
아버지는 댕댕이로 사냥감을 죽이는게 아니고 몰아놓고 공기총으로 쏴서 잡는 방식이였는데 이 도사시끼는 헤리랑 셀리가 좠빠지게 몰아놓으면 달려들어서
물어뜯는데 흥분한 도사는 주인도 못말리더라.
그렇게 몆번의 사냥이 있고 난 후 투견아재는 총도없이 개를 끌고 사냥가는것에 맛들려버렸다.
이제 아버지를 부르지도 않고 도사와 둘이 사냥을 갔다와 우리개가 뭘 잡았네 멧돼지랑 붙어서도 이겼네 자랑을 늘어놓던 어느날...
투견아재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우리집에 찾아왔다 산에서 멧돼지를 만났는데 정말 너무 무서워서 내려왔단다
도사는 어떻게 됬냐고 물으니까 모르겠단다.
아버지는 나에게 오지 말라고했는데 나는 기여코 따라갔다 헤리랑 셀리도 태우고 투견아재와 함께 마지막으로 도사를 본 곳으로 올라가니
그자리에는 피칠갑이 되서 숨을 헐떡이면서 죽어가는 도사가 있었다 두시간은 족히 걸린 것 같은데 아직까지 살아있는게 신기할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니였다.
나는 그때 중년의 아재가 이렇게 서글프게 울수도있구나 하는걸 알았는데 정말 울다가 사래가 걸리고 눈물 콧물때문에 숨도 못쉴정도로 슬프게 울더라.
나도모르게 눈물이 났다. 결국 전 챔피언 도사니뮤는 그날로 생을 마감했다.
그날이후 투견아재는 그놈 꼭 잡아서 내손으로 죽인다고 꼭 찾아야한다고 이를 갈며 후배한테 부탁해서 정말 정신나간 미친 싸이코 도사를 한마리 데려왔다
아버지도 그 멧돼지 꼭 잡자고 연일 헤리랑 셀리를 데리고 수색을 했는데 사흘동안 그 산을 오르고 또 올랐던 것 같다.
사흘 째 되는날 아버지가 멧돼지 잠자리를 발견했는데
그 크기가 티코? 마티즈?정도 되는 사이즈였다. 티코 마티즈 우습게 볼수도 있는데 멧돼지크기가 마티즈면 어마어마한거다.
아버지는 이거 공기총 한자루로 못잡는다고 우리개 위험하니까 사람을 부르자고 투견아재를 설득하고 철수하는데 한시간쯤 내려갔을까?
헤리랑 셀리가 미친듯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그놈이라는걸 알았을까? 아버지는 헤리야 셀리야 안돼 안돼 연신 외치며 헐레벌떡 개들을 쫒았는데
경사가 가파른 계곡쪽에 다달았을 때
슈발 봤다 진짜 마티즈만한 멧돼지였다. 지형이 워낙 가파른데다가 좁아서 헤리와 셀리가 제대로 자리를 못잡았고 멧돼지는 도망가지도 않고 우리쪽을 주시했
아버지는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쪼그려쏴 자세를 취하고있었고, 헤리와 셀리는 경사가 가파르니 멧돼지를 제대로 포위하지 못하고 위에서 짖어대기만 했다.
투견아재가 흥분한 싸이코 도사목덜미를 꽉 부여잡고 '저놈이다' '저놈이 맞다' 소리치며 씩씩대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아무말 안하고 멧돼지를 겨누고있었다. '탕' 소리가 나자 순간 댕댕이고 사람이고 잠시 정적이 흘렀는데
아버지가 '맞췄어' '맞았어' 하고 일어서려는 순간 멧돼지가 셀리를 그대로 받아버리더라
셀리는 뒷다리 대퇴부쪽을 맞고 날아갔는데 헬리콥터 프로펠라 돌리듯이 30KG짜리 댕댕이가 공중에서 몆바퀴 돌아서 떨어졌다.
'어 어 셀리야 셀리야' 아부지가 흥분해서 총을 다시 겨눴는데 헤리가 셀리를 보호하려했는지 멧돼지한테 달려드는바람에 뒤엉켜서 조준하기가 쉽지 않았다
헤리는 일진에게 쳐맞으면서도 끝까지 멱살을 놓지 않는 일게이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녔지만 뒷다리를 꽉 깨문채로 놓지않았다.
아부지가 나에게 오지말라며 호통을 치시고는 지금 생각해도 무슨 깡으로 그랬는지
동두천에서 미군들이 쓰는거라며 어렵게 구했다던 나이프를 꺼내서 헐레벌떡 뛰어내려갔다 아니 뛰어갔다기보단 굴러내려가셨다.
어떻게든 개를 구하려는 생각이였나보다. 개도 나가 떨어지는 판에 나이프를 들었다고 해서 사람이 상대할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막상 아부지도 멧돼지앞에 다가가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는데 !!
"물어!!" "죽여버려!!" 투견아재였다 ㅋㅋ 싸이코는 역시 싸이코였다. 지보다 몆배 큰 멧돼지인데 불구하고 겁도없이 면전으로 뛰어들어 다짜고짜 물었다. 멧돼지
도 놀랬는지 허둥지둥 발버둥치고 셀리는 절룩이 일게이가되서도 앞다리를 놓지 않았고 헤리는 뒷다리를 물고 늘어져있었다.
면상 앞다리 뒷다리 전부 공략당한 멧돼지는 물린채로 '훅~훅' 숨소리를 내다가 그자리에 털썩 앉았고 아부지는 공기총으로
두부에 구멍을 내며 피날래를 장식했다.
그 멧돼지는 그날 구워먹었는데 정말 냄새나고 맛이 없었고, 셀리는 대퇴부가 골절되서 다시는 사냥을 나가지 못했다.
아부지는 총을 팔고 사냥을 접었으며 셀리는 일게이가 되었지만 13년 헤리와 행복하게 살다 요단강을 건넜다.
요약
1. 어렸을쩍 아버지랑 사냥을 다녔는데 포인터 댕댕이두마리를 키웠음
2. 같은동네 투견아재가 사냥에 맛들려 총도없이 도사를 끌고나갔다가 멧돼지에게 ㅁㅈㅎ당함
3. 복수를위해 싸이코 도사를 데려와 수색 사흘만에 그놈을 발견
4. 멧돼지 두부외상
5. 전문 지식없이 사냥나가면 일게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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